쌍용 토레스, 쌍용의 마지막 SUV

쌍용의 마지막 불꽃, 토레스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현명하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사전계약 대수가 3만 대를 넘어섰다. 다음은 없다는 걸 알기에 이 꽉 깨물고 있는 힘없는 돈 모두 끌어모아 찬란한 불꽃을 피워낸 쌍용자동차. 토레스는 꺼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가장 밝은 빛을 내는 촛불일까? 아니면 곧 활활 타오를 작은 불씨일까? 확인해보고 왔다.

 

이곳은 바람 쐬기 좋은 곳 영종도. 하지만 초복도 오지 않았는데 해가 너무 뜨겁다. 게다가 습도도 높아 끈적끈적 불쾌하기 그지없다. 평소라면 미간에 ‘내천(川)’자 깊이 새겼겠지만 오늘만은 다르다. 설렘이 큰 덕분인지 이마부터 주르륵 흘러 내려오는 땀줄기 정도는 쿨하게 눈감아 줄 수 있다. 쌍용차가 기자들을 불렀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핫한 SUV 토레스를 소개해 주기 위해서다. 언베일링 행사와 간략한(?) 제품 소개가 끝나고 드디어 필자 손에 토레스의 키가 주어졌다. 지금부터 허락된 시간은 120분 남짓. 구석구석 살펴보면서 사진도 찍고 도로 주행을 포함한 다양한 기능을 테스트해 보려면 정말 빠듯하다. 도로로 나가기 전 외관과 실내부터 서둘러 훑어볼 계획이다.

 

차는 자고로 예뻐야 한다. 적어도 오너 눈에는 말이다. 무식하게 잘 나가고 뛰어난 승차감과 다양한 편의 장비를 갖추고 있어도 못생기면 말짱 꽝이다. 무엇보다 예쁘거나 멋있어야 한다. 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익스테리어 디자인으로부터 시작되니까. 나머지는 2, 3차 고려 대상일 뿐이다. 모든 사람에게 호평받는 디자인은 없다. 다만 토레스의 경우 확실히 ‘불’보다 ‘호’가 많아 보인다. 3만 대가 넘는 사전계약 대수도 빼어난 외모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해답은 완전히 새로워진 디자인 언어에 있다. 턴 시그널 램프를 겸하는 LED 주간 주행 등은 북두칠성에서 따온 것으로 블랙 컬러로 마감된 버티컬 타입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조화를 이뤄 세련된 이미지를 만든다. 스키드 플레이트 일체형 프런트 범퍼는 터프함을 더한다. 포인트는 레드 컬러의 견인 고리와 보닛 양 끝에 달린 가니쉬다. 후자의 경우 언뜻 보면 손잡이로 보이는데 캠핑 시 그늘막을 설치할 때나 루프 캐리어의 짐을 고정하는 데 유용할 것 같다.  

 

 

시선을 측면부로 옮기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 대게 정통 오프로더들은 A필러가 바짝 서 있는 게 특징인데 토레스는 꽤 많이 누워있다. 개인적으로 옥에 티라고 생각하는데 마초적인 분위기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지프의 랭글러나 포드의 브롱코 또는 랜드로버 디펜더처럼 윈드실드의 경사가 좀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외에는 훌륭하다. 프런트 펜더와 쿼터 패널을 제법 많이 부풀려 와일드해 보이고 휠 아치 역시 대범하게 파냈다. 시승차에는 20인치 휠이 적용됐는데 이날 행사에 동원된 전시차처럼 오프로드 타이어를 끼워도 완벽히 소화할 수 있다. 

 

 

요즘 도심형 SUV답지 않게 지상고가 높은 것과 1열 도어부터 리어램프까지 올곧게 뻗은 직선의 캐릭터 라인 그리고 옵션으로 제공하는 사이드 스토리지 박스로 디자인 포인트를 만들어낸 것도 만족스럽다. 잘 다듬어진 뒤태 얘기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태극기의 ‘리’를 담은 리어램프와 스페어타이어를 메고 있는 듯한 테일게이트, 전면부와 통일감을 지니는 리어 범퍼도 토레스만의 매력 포인트다. 가장 위트가 넘치는 건 테일게이트 손잡이 위치다. 옆으로 열릴 것 같은 상상력을 제공한다.

 

 

실내로 들어서면 스티어링 휠을 제외하고는 터프한 느낌을 찾아보기 힘들다. 단언컨대 역대 쌍용차 라인업 중 가장 세련됐고 가장 젊은 인테리어다. 말 나온 김에 스티어링 휠에 대해 덧붙이면 참 난감한 형태다. 반자 율주행 시스템 설정 스위치와 각종 버튼은 적재적소에 배치돼 있고 직관적이라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다. 문제는 8시와 4시 방향에 뚫려있는 2개의 구멍이다. 사진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 운전대를 잡으면 구조 때문인지 왜인지 모르게 양손이 어색해진다. 물론 매일 타는 내 차라면 하루 이틀이면 손에 익을 것 같다. 그렇다고 쳐도 못생긴 스티어링 휠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을 테지만 말이다. 

 

 

시트 착좌감은 보통이다. 푹신하지도 딱딱하지도 않다. 장거리 여행에도 마트에 장보러 갈 때도 무난할 것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시승차와 같은 최상위 모델에도 탑재되지 않는다. 하나 3 분할 와이드 디지털 클러스터의 높은 시인성과 트렌디한 그래픽으로 아쉬움은 없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12.3인치인데 조작감도 빠릿빠릿하고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담고 있다. 문제는 현재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건데 쌍용차가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추가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통합 컨트롤 패널이다. 8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인데 이 안에 공조기 시스템을 포함한 열선·통풍 시트, 테일게이트 개폐 등의 조작 스위치가 모두 들어가 있다. 적절한 위치에 잘 모아뒀기 때문에 편리하고 물리 버튼이 없어 센터패시아와 센터 콘솔 부분이 깨끗해서 좋다. 또 다른 장점은 수납공간이다. 앞 좌석, 뒷좌석 모두 도어 포켓이 크고 기어 레버 주변에도 컵홀더를 포함한 여분의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다. 빌트인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센터 콘솔 뒤편에도 2열 에어 벤트 아래 수납공간이 있다. 

 

 

2열은 패밀리카로 쓰기 충분하다. 키가 177cm인데 레그룸은 물론 헤드룸도 광활하다. 등받이가 살짝 누워 있어 착좌감도 편안하고 암레스트의 높이도 알맞다. 유아용 카시트를 설치해도 아이를 태우고 내리기 불편하지 않을 것 같다. 폴딩은 차박 캠핑을 위해 약간의 평탄화 작업이 필요하지만 공간 자체는 드넓다. 성인 2명과 어린이 1명 정도는 안락한 하룻밤을 보내기 충분하다. 레저활동을 즐기기에도 적격이다. 트렁크 용량이 기본 703ℓ고 전체 폴딩 시 1,622ℓ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부피가 큰 짐들도 무리 없이 적재할 수 있다.

 

 

이제 스타트 버튼을 눌러 녀석을 깨우고 달려볼 차례다. 보닛 안에는 같은 식구인 티볼리와 코란도에도 탑재되는 1.5ℓ 터보 가솔린 엔진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담겨 있다. 티볼리보다 7마력이 높고 코란도와는 같은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8.6kg.m의 힘을 발휘하는데 네 바퀴에 전달한다. 문제는 토레스가 코란도보다 공차중량이 75kg 정도 더 무거운 1,610kg이라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토레스의 파워트레인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는 이유다. 결론부터 말하면 차고 넘치지는 않아도 부족하지는 않다. 

 

 

쌍용차는 기존 엔진 대비 출발 시 가속 성능이 10% 향상됐고 시속 60km부터 120km의 가속 성능도 5% 향상시켰다고 하는데 숫자놀음 제쳐두고 봐도 평소 규정 속도를 지키면서 주행하는 운전자라면 답답함을 얘기하지 않을 것 같다. 필자처럼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의 느긋한 변속 속도에 불만을 품을 수 있지만 말이다. 드라이브 모드는 노말, 스포츠, 스노 총 3가지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지만 스포츠 모드의 경우 좀 더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지고 액셀러레이터의 반응도 예민해진다. 제원상 복합연비는 10.2km/ℓ인데 스포츠 모드로 가혹 주행 시에는 트립 컴퓨터에 7.5km/ℓ가 찍혔고 노말 모드로 달릴 때는 11.2km/ℓ였다.

 

 

개인적으로는 노말 모드로 주행할 때 가장 편안함을 느꼈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도 가장 적당하고 오르간 페달이 적용된 액셀러레이터의 부드러운 느낌도 좋았다. 브레이크 페달의 경우에는 초반에 답력이 몰려있지 않아 장시간 운전해도 발목에 스트레스가 없다. 승차감도 준수한 편이다. 차고가 높아 너무 무르지 않을까 염려됐지만 방지턱을 넘을 때도 쓸데없는 꿀렁거림은 발생하지 않아 만족스럽다. 운전 시야도 넓고 노면의 진동과 소음도 잘 억제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고속도로에 올라 시속 100km 정도에 도달하면 A필러 부근에서 풍절음이 있다는 것. 하이라이트는 반자 율주행 시스템이다. 앞차와의 간격을 적당히 유지하고 차선의 중앙을 따라 잘 달리는 건 물론이고 곡률이 큰 코너에서도 운전자의 개입을 요구하지 않는 게 꽤 놀라웠다. 평소 직접 운전하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토레스 정도면 맡길 수 있겠다. 

 

 

시승은 끝났다. 고백컨대 이날 행사에 참여하기 전 지금 가장 핫한 신차를 접한다는 설렘과 더불어 ‘생각보다 별로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되는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이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연민의 감정에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괜한 우려였다. 쌍용차는 조금 늦었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고 토레스를 통해 멋있게 구현했다. 지금 이 순간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괜찮은 차다.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된 모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건 소비자들도 알 것이다. 하나 레저활동과 캠핑 등을 즐기기에는 차고 넘치는 SUV다. 얼른 오너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튜닝 파츠가 빨리 출시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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